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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3.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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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화 국장1 - 복사본.jpg
정승화 주필/편집국장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공포 속에서 그나마 국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준 것이 있다면 모 방송사에서 시작된 ‘트롯경연’ 일 것이다.

 

미스·미스터트롯 경연대회를 보면서 각자가 응원하는 출전가수들을 응원하는 쏠쏠한 재미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 등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 것이 인기비결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외부와 차단된 국민들에게 노래를 통해 감정을 분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짧은시간 돌풍적 인기의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트롯’은 젊은이들에게 찬밥신세였다. 시대에 따라 유행가에 대한 선호도는 다양하겠지만 대중가요의 절대적 영역을 차지했던 ‘한(限)의 노래’ 트롯은 어느 순간부터 외면받는 진부한 노래로, 구세대의 전유물처럼 취급받았다.

 

그래서인지 모 방송사 트롯 프로그램인 ‘가요무대’는 젊은이가 아닌 나이든 부모님세대들만 보는 프로그램으로 인식될 정도였으니 그만큼 트롯에 대한 인기가 땅에 추락했다고 봐야 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바로 젊은이들의 ‘트롯사랑’이다. 인생의 쓴맛단맛을 다본 중장년층들이야 당연하지만 젊은 층들의 트롯열풍을 설명할 길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대중가요사에 있어 기현상 중의 하나일 것이다.

 

국내 혼성밴드 ‘이날치밴드’의 판소리 음악 ‘범 내려온다’가 각계각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던 중 트롯경연대회에서 이 노래가 불려 지면서 단숨에 국민적 가요로 등극했다.

 

판소리 곡조에 현대적 감각의 빠른 비트, 출연 가수들의 진귀한 복장과 춤동작 등이 어우러진 ‘범 내려온다’에 대해 민족적 정서와 대중음악적 감각이 융합돼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날치밴드의 노래와 트롯경연자들이 국민적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모든 이들에게 흐르고 있는 오래된 복고적 감성과 선의의 경쟁과정에서 만들어진 탄탄한 노래실력, 그리고 국민적 인기의 산물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런 트롯열풍을 보노라면 지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폭발적 인기 또한 ‘트롯열풍’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검찰총장 임기동안 조국과 추미애라는 2명의 법무부장관과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점, ‘검찰개혁’의 이름아래 검찰권을 축소하려는 현정권에 맞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그의 강단을 보면 무명의 트롯가수가 재야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마침내 세상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과정과 흡사하다.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윤 전총장에 대한 대권지지율이 일시적 모래성이 아닌 탄탄한 기초에서 다져진 ‘콘크리트 지지율’일 개연성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18세이상 1천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총장이 37.2%로 1위를 차지했다.

 

유력대선주자였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2%,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13.3%로 격차가 벌어졌다.

 

대구경북지역에서의 윤석열 지지는 거의 최고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52.6%로 서울 46.1%, 충청권 46.7% 보다 우위로 나타났다.

 

윤석열 신드롬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권에 ‘범’이 나타난 것이다. 예로부터 ‘범’은 민속신앙에서 잡귀와 악을 물리치는 영물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윤석열 신드롬은 부정과 비리, 불공정과 내로남불, 힘 있는 자들의 무소불위적 악행을 단죄하라는 서민들의 열망덩어리의 결정체라고 봐도 좋을 듯싶다.

 

LH사태에서 드러난 권력자들과 고위직들의 민낯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짬짜미를 보면 ‘윤석열 신드롬’은 그저 한때의 광풍이 아닌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만들라는 국민적 염원이 불러온 ‘미스터 트롯’에 이은 ‘미스터 정치’로 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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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범 내려왔다', 윤석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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