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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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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화 국장.jpg
정승화 주필/편집국장

세계적인 석학이자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76)가 최근 국내 언론을 통해 한국정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밝혔다.

 

한마디로 한국정치는 ‘복수(Vengeance)’에 함몰됐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복수의 정치는 내전(內戰)상태나 다름없다고 그는 말했다.

 

기 소르망의 지적처럼 지금 한국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복수’ 그 이상, 그이하의 일도 아닌 것임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로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끌시끌하다.

 

문재인 정부초기만 하더라도 국민들은 ‘적폐청산’으로 배를 저어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전임정권의 부도덕성에 대한 반감이 커 문재인정부는 도덕적 정부로 국민들은 믿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70%이상을 웃돌았으니 말이다. 강력한 국민적 지지를 받은 문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고강도의 칼날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인사들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정의 잣대를 들이댔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 중반에 즈음하면서 온 나라를 뒤흔든 ‘조국사태’가 터진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를 감시하고 국정운영의 최측근으로 도덕성을 담보로 해야 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각종 가족특혜의혹에 휩싸이면서 문대통령의 인기와 정권의 동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과거보다 못한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전임정권의 부도덕성을 질타하고 촛불민심으로 만들어진 문재인정부에서 이 같은 사건이 터진 것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이 더욱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흐른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청와대와 여권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역대 정부의 경우 이 같은 정책적 실책이나 고위인사의 부도덕성이 드러나면 사과와 개선으로 무마하는 것이 통례였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집권층에서는 강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 전 민정비서관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과 야당에서는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일부 친여 국민들은 또 반대진영의 광장으로 그들만의 텐트를 치는 국민 갈림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최고정점은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된 1+4협의체란 전대미문의 정당결사체의 탄생이다. 그들은 권력의 몸집을 부풀려 야당과 대화 없는 정치적 결정과 이를 밀어붙여 주요의안을 통과시켜버렸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국가존립과 국민 민생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법안이지만 그들은 한쪽 귀를 막아버린 후 그들의 길로 가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국가에서 정치적 필수행위인 여야간 협의와 협치는 실종돼버렸다.

 

아직도 ‘조국사태’는 진행형이지만 이제는 검찰에 대한 청와대발 사정의 칼날이 춤을 추고 있다. 공석이 된 법무부 장관에 오른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첫 일성으로 행한 것이 대대적인 검찰인사로 이어진 것이다. 군사정권시절보다 더 서슬 퍼런 시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검찰총수인 윤석열총장과 대통령을 대리한 추미애 장관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국민들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연시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을 더욱 꽁꽁 얼리고 있다.

 

문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빚을 진 마음’이라는 말을 놓고 여야 국회의원들 간에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입장은 무시하고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시각이다.

 

결국 66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꽁꽁 얼어붙은 ‘얼음정국’을 더 얼릴 것인지 아니면 해빙무드로 변화 시킬 것인지 관건이 되고 있다.

 

기 소르망은 말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행사가 아닌 상대진영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이다. 한국정치가 가짜 민주주의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의 선상에서 춤출 날은 정말 요원한 것인가. 국민들은 총선일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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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우물속에 빠진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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